미국 주택시장을 둘러싼 경고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최근 “노란 경고등”을 울린 지 몇 주 만에, “이제는 빨간 불을 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리가 지금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주택 판매, 주택 건설, 집값 모두 급격히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잔디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주택시장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7%에 가까운 모기지 금리가 지속된다면 주택 판매, 주택 건설, 집값 모두 하락하게 될 것”이라면서 “금리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5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5월 실적을 기록하며 ‘봄 성수기 효과’가 사실상 무너졌음을 보여줬다. 같은 기간 신규 단독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13.7% 줄었고, 6월 단독주택 착공은 4.6% 감소했다. 주택 건설 허가도 함께 줄었다.

잔디는 “그동안 주택 건설사들이 이자율 보전(이자 지원)을 통해 판매를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마저 포기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건설사들이 토지은행으로부터의 신규 토지 매입을 보류하고 있으며, 신규 주택 판매, 착공, 준공 모두 곧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값도 버티고 있었지만, 현재는 횡보세로 돌아섰고 조만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금리에 따른 수요 위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4월 케이스-실러(Case-Shiller) 2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하락했으며, 이는 3월 수치(0.2% 하락)를 웃도는 낙폭이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주택시장지수(HMI)’ 조사에 따르면, 7월 집값을 인하한 건설사 비율은 38%로, 6월(37%), 5월(34%), 4월(29%)보다 모두 증가했다.

공급 증가 역시 가격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을 구매했던 기존 주택 소유자들도 결국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잔디는 “인구구조와 고용환경 등을 고려할 때, 주택 소유자들도 더 이상 지금의 집에 묶여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순간 이들은 새 집을 사야 하고, 시장에 기존 주택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지 않은 일부 주택은 시장에서 회수되고 있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5월 기준 ‘판매 철회(Delisting)’ 건수는 연초 대비 35%,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활성 매물’ 증가율(연초 대비 28.4%, 전년 대비 31.5%)보다 높은 수치다.

잔디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경제가 이미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은 이제 경제 전체의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리서치(Citi Research)도 비슷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5월 씨티는 고(故) 에드 리머(Ed Leamer) UCLA 교수가 2007년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며 “주거투자는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가장 확실한 선행지표”라고 밝혔다.

씨티는 주택 건설 허가 감소와 수요 부진 속에서 공급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주택의 중위가격도 월간 기준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씨티는 “주거 고정투자는 금리에 가장 민감한 부문이며, 현재 7% 수준의 모기지 금리는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에 너무 높다”고 분석했다.

/ 글 Jason Ma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