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9131_42512_110.jpg)
하와이에서 자란 딜런 디마르키(Dylan DiMarchi)는 어린 시절부터 요트를 타며 바다를 읽었다. 그는 20년 넘게 항해를 해오면서 날씨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해왔다고 말한다.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날씨 패턴을 관찰하는 거예요. 제 고향인 오아후의 카네오헤(Kāneʻohe)에선 지난 20년 동안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태평양 한복판의 이 작은 섬에서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단정하긴 어렵지만, 날씨 모델을 꾸준히 살펴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이 경험은 그가 공동 창업자로 나선 기후 핀테크 스타트업 ‘이벤추얼(Eventual)’로 이어졌다. 디마르키는 공동창업자 유세프 도스(Youssef Doss)와 함께 2023년 이벤추얼을 설립하고, 미국 내 2000만 가구와 15만 개 상업용 건물 데이터를 토대로 주택 보험료가 향후 어떻게 변동할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보험사와 주택 소유자가 기후 변화로 인한 보험료 리스크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벤추얼의 목표다.
“우리는 보험이라는 넓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최근 들어 급격히 커진 스트레스 요인—즉, 보험료의 예측 불가능성과 타이밍 문제에 주목합니다. 지난 3~4년간 보험료가 50~100% 이상 올라버린 고객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말로 하면 참 황당한 수치죠.”
이벤추얼은 최근 앨리코프(AlleyCorp)와 업프론트벤처스(Upfront Ventures)가 주도한 시드 투자 라운드에서 750만 달러(약 103억 원)를 유치했다. 앨리코프의 투자자 루크 라이언슈라이버(Luc Ryan-Schreiber)는 이메일을 통해 “이 기술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유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금융에서 보험료 예측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된 지금, 누구나 장기적 예측 데이터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벤추얼의 주력 제품은 ‘프리미엄 락(Premium Lock)’이라는 AI 기반 보험료 예측 모델이다. 특정 주택의 보험료가 향후 최대 5년 동안 어떻게 변동할지 예측해준다. 현재 이 서비스는 미국 전역에서 제공 중이다.
미국 코네티컷에 기반한 부동산 업체 룸유니티(RoomUnity)의 창업자 윤 리(Yoon Lee)는 이메일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한 입장에선 장기 비용 계획이 중요하다”며 “보험료는 건축 자재와 인건비 물가에 민감하게 연동되는데, 이벤추얼은 그런 리스크를 상쇄하는 매우 스마트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엄 락은 보험료 상승을 일정 기간 ‘상한선’ 안에 가둘 수 있게 해준다”며 “재무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마르키는 “장기적인 시계뿐 아니라 단기적 리스크 대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기후 현실주의자(climate pragmatist)입니다. 수십 년 뒤를 내다보며 기후 완화만 생각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1년, 2년, 5년 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죠. 우리의 역할은 바로 그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재무적 문제에 대한, 재무적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 글 Allie Garfink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