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9118_42499_3642.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그만큼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Fed)이 금리를 인하할 명분을 얻는 동시에, 수개월째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연준은 트럼프식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리 인하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건 부동산 시장일 수 있다.
미국의 주택 시장은 지난 2022년 연준이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이후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다.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모기지 금리도 함께 뛰었고, 그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준이 일부 기준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주택 구매자는 여전히 높은 차입 비용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엔 주택 가격, 거래, 신축 모두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 관련 지출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주거비가 약세를 보이면 물가 상승률 자체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구조다.
이는 트럼프 관세가 초래할 수 있는 물가 자극 효과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관세가 본격적으로 가격 급등을 일으키진 않았지만자동차와 가전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는 이미 압력이 감지되고 있다.
코메리카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애덤스(Bill Adams)는 최근 메모에서 “냉각 중인 주택 시장이 핵심 서비스 부문의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말이 되면 인플레이션에 있어 주택이 관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 시장은 올해 2분기 건설과 매매 모두 부진했고주택 가격 지수도 하락했다. 애덤스는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서 움직인다면, 핵심 물가 상승률을 더욱 둔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냉각된’ 인플레이션은 고용 지표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애덤스는 “설령 고용 둔화가 나타나더라도, 실업률이 쉽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으로 노동 공급이 이미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급감하지 않는 한, 실업률은 안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또 트럼프의 세금 감면 조치가 향후 시행될 예정인 만큼, 기업들이 채용을 갑자기 축소할 가능성도 낮다. 애덤스는 “보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약해진 주택 시장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낮춰 연준이 연말쯤 점진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코메리카는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전망은 트럼프에겐 너무 늦다. 그는 연준이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제롬 파월 의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금리 고수가 주택 시장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주 트루스소셜에 “연준의 고금리가 주택 시장을 질식시키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썼다.
파월 의장과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아직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관세가 연말에 본격적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 사이 트럼프는 수개월째 파월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그를 해임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비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행정부 차원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백악관은 연준 본사 리노베이션 공사 예산이 초과됐다며 파월의 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연준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금리와 주택 시장의 상관관계를 짚은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Jim Reid)도 “트럼프가 연준을 압박하는 이유는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