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에탄 수출 제한 조치를 두고 미국 최대 에너지 수출업체 CEO가 “의도한 상대보다 자국 산업에 더 큰 피해를 준다”며 반기를 들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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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에너지 수출업체 중 하나인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Enterprise Products Partners)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화석연료 수출을 ‘무기화’하는 행위가 결국 미국 자국 산업에 되레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짐 티그(Jim Teague) 공동 CEO는 7월 2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2개월 전 중국을 향한 에탄 수출을 잠정 금지한 데 대한 불만 표출이다. 미국은 이 조치를 협상 카드로 삼으려 했고, 이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제한을 가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티그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기부자이며정치적 소신을 공공연히 드러내온 인물이다.

양국은 7월 들어 일시적으로 상호 수출 제한을 해제하고 장기 무역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협상이 타결되진 않았다.

티그 CEO는 “미국 에너지 수출을 무기화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며 “이런 조치는 의도한 대상에는 거의 타격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 산업에 해를 끼치기 쉽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산 에탄의 최대 수입국이다. 에탄은 전 세계 석유화학과 플라스틱 산업의 기본 원료 중 하나이며, 미국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에탄 수출국이다. 전체 미국산 에탄 수출의 약 절반이 중국으로 향하는 가운데, 해당 물량은 쉽게 다른 국가로 돌릴 수 없다. 엔터프라이즈는 휴스턴 항구에서 세계 최대 에탄 수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티그는 이어 “다행히도 이번 행정부는 에너지와 글로벌 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상무부는 이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향후에도 유사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조치 당시,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에탄·부탄을 수출하려면 특별 연방 라이선스를 신청하도록 했다. 천연가스 액체(NGL)가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엔터프라이즈의 토니 초바넥(Tony Chovanec) 부사장은 이로 인해 중국 외 다른 에탄 고객사 한 곳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 상대를 일방적으로 차단해버리면 미국 에너지 공급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타격을 준다. 그게 문제였다”며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계약 포트폴리오 덕분에 수습할 수 있었지만, 혼란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엔터프라이즈는 중국 외에도 멕시코, 브라질, 유럽, 인도, 베트남, 태국 등에 에탄을 수출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East Daley Analyt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산 에탄 의존도를 줄이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및 유럽 국가들이 자국 에탄 수출 인프라를 더 확장하도록 중국이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미국산 에탄은 최근까지도 ‘저렴하고, 풍부하며, 지정학적으로 안전한’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의 숨은 강자였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미중 무역전쟁은 중요한 현실을 드러냈다. 미국산 에탄을 대체할 만한 대규모 글로벌 공급원이 없다. 한때 안정적이었던 공급원이 이제는 무역정책과 수요 사이클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엔터프라이즈는 에탄·프로판 수출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휴스턴 항구 인근 설비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텍사스 네체스강 근처에서 신규 에탄 수출 기지 ‘1단계’가 가동을 시작했다. 초기 하루 12만 배럴 수출이 가능하며, 2026년 상반기 2단계가 완공되면 수출량은 30만 배럴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액체(NGL) 생산량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해 하루 700만 배럴을 넘었고, 이 중 약 600만 배럴이 에탄, 프로판, 부탄이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석유화학 플랜트와 수출 시장 모두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에탄은 보통 에틸렌으로 전환돼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의 원료가 된다. 티그는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서 미국산 에탄과 에틸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했다.

/ 글 Jordan Blu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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