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설립한 벤처펀드 온라인 바카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온라인 바카라(In-Q-Tel)은 온라인 바카라가 설립한 벤처캐피털로 미국 안보 기관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민간 스타트업에서 조기에 발굴하고 실전에 연결하는 비영리 투자 조직이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7/49225_42650_5026.jpg)
껌 한 조각 크기의 장치가 전장을 바꾼다. ‘몰라 마이크(Molar Mic)’는 사용자의 어금니에 고정되는 초소형 음성 송수신 장치다. 극한의 소음 속에서도 음성을 또렷이 포착하고무선 진동으로 소리를 청신경에 전달한다.
에어팟보다 정밀한 이 장치는 실전 중인 특수요원에게 이상적인 장비다. 하지만 제조사 CEO는 이 기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고객이 누구인지조차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기를 개발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iT2(Integrated Tactical Technologies)의 CEO 피터 하드로빅은 “이런 홍보 기회를 거절하는 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단 하나만 분명히 말했다. “이 제품은 온라인 바카라(In-Q-Tel)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온라인 바카라은 1999년 CIA가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미국 안보 기관과 실리콘밸리 사이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800개 이상 기업에 투자하며, 몰라 마이크 같은 혁신 기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지원했다.
온라인 바카라은 수많은 방산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다. 최근 발표된 ‘NatSec 100’ 리스트에서 온라인 바카라이 투자한 기업은 32곳으로, 어떤 벤처펀드보다 많다. 일부 기업은 잘 알려졌지만, 상당수는 비공개다. 총 투자 규모도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포춘은 지난 25년간 세금 기록을 분석해 최소 18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벤처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에는 자율무기 개발사 안두릴(Anduril),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있다. 안두릴은 최근 기업가치 140억 달러, 팔란티어는 2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30억 달러도 안 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록히드마틴이나 노스럽그러먼 같은 전통 방산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더 놀라운 사례도 있다. 2003년 온라인 바카라은 국방부를 위한 지도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키홀(Keyhole)’이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이 기술은 미군의 이라크전 작전에 즉시 투입됐고, 2년 뒤 구글에 인수됐다. 이후 이 기술은 구글 어스(Google Earth)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온라인 바카라은 비영리 조직이지만연간 약 1억 달러의 세금을 투자 재원으로 받는다. 본사는 버지니아 타이슨스에 있고, 직원은 약 200명이다. 이들은 매년 1000개가 넘는 기업을 조사한다.이 중 미국 정보기관이나 국방부에 도움이 될 기술을 선별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정부 실사용자와 협력해 현장 요구에 맞게 기술을 다듬는다.
상업적 수익이 목표가 아니다. 온라인 바카라 CEO 스티브 보우셔(Steve Bowsher)는 “우리가 돈을 벌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바카라이 진정으로 측정하는 성과는 ‘정부 기관이 그 기술을 실제로 도입했는가’다.
민간 VC들이 수익을 추구할 때, 온라인 바카라은 안보와 실전 활용을 먼저 본다. CIA의 한 과학기술국장은 “온라인 바카라 덕분에 놀라는 일이 없다”며 “신기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미 6개월 전에 온라인 바카라이 알려줬다”고 말했다.
초기 실패도 직접 감당한다. 예컨대 온라인 바카라이 투자한 스타트업 ‘알태로스(Altaeros)’는 자율비행 통신 비행선을 개발했지만, 첫 시연에서 풍선이 찢어지며 실패했다. 하지만 온라인 바카라과 정부 파트너는 함께 문제를 보완했고, 이 장비는 다시 실전에 가까워졌다. 온라인 바카라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과 현장 사이를 잇는 조정자, 통역자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 국방 조달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전통적인 조달은 수년 단위의 절차를 요구하지만, 스타트업은 다음 달 급여를 걱정해야 한다. 온라인 바카라은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정부 진입 경로’다.
이 조직은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창립자 수 고든(Sue Gordon)은 CIA 경력 관료였으며, 조직 이름의 ‘Q’는 본드 시리즈의 과학 장비 전문가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영화에서 Q가 등장하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며 직접 명명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이 조직을 둘러싼 회의도 있었다. 기존 방산 계약 체계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바카라은 민첩성과 성과로 존재를 입증했다. 창립 멤버 마이클 크로(Michael Crow)는 “조달 시스템의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고 회고한다.
이들이 주목한 기업은 대개 너무 작아서 민간 VC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술적 가치는 크다. 투자 수익률이 10배가 안 되더라도, 국가 안보에 필요한 제품이라면 지원한다는 것이 온라인 바카라의 철학이다.
미국 내 다른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바운스 이미징(Bounce Imaging)’은 카메라가 장착된 야구공 크기의 기기를 만든다. 이 장비는 실내에 던지면 360도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특수부대나 SWAT이 진입 전 실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소비자 시장은 작고, VC들은 외면했지만, 온라인 바카라은 이 기술의 진짜 가치를 알아봤다.
투자 이후 바운스 이미징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고, 병력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CEO는 “우리가 만든 카메라를 쓴 부대에서, 반복되던 사상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바카라은 언론 노출이 적고, 일부에서는 조달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이사회 구성원과 투자 기업 간 이해 충돌이문제되기도 했다. CEO의 연봉이 200만 달러라는 사실도 지적됐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 조직이 존재해서 생겨난 결과물부터보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은 ‘실패는 빠르게, 학습은 빠르게’다. 보우셔는 “수차례 실패를 거쳐야 비로소 진짜 성공이 나온다”고 말했다. 온라인 바카라은 이 정신을 정부 조직에 접목시키려 한다. 낡은 방식 대신 유연함과 속도로 무장한 이 벤처펀드는 미래의 안보를 설계하는 또 하나의 정보기관이다.
/ 글 Erik Ger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