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취업보다 ‘돈 다루기’가 더 어렵다. 대학은 금융 교육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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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 미국 주지사이자 교육 리더, 그리고 최근 대학을 졸업한 세 자녀의 엄마다. 요즘 Z세대를 바라보며 깊은 우려를 느낀다. 겉보기엔 똑똑하고 진취적인 이 세대가 돈 앞에선 유독 무력하기 때문이다. Z세대는 성과급, 학자금 대출, 연봉 같은 주제를 성(性)이나 정치보다 불편하게 여긴다. 동시에 이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금융 이해도를 보이는 세대로 기록되고 있다.

이 같은 괴리는 현실 세계에서의 재정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졸업 후 급격히 높아지는 경제적 책임과 맞물리며 많은 학생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로 나가고 있다. 재정 교육은 이제 진로 역량 못지않게 졸업생의 핵심 준비 과제로 포함돼야 한다.

필자의 딸은 수학 전공으로 졸업했지만, 첫 직장에서 회사가 제공한 수십 가지의 퇴직연금 옵션을 어떻게 고르면 좋을지 막막하게 여겼다.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과 재정계획 관점에서 숫자를 해석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현재 여러 주가 초·중·고 교과과정에 금융교육을 도입하고 있지만,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정보와 20대 초반 청년이 마주하는 세금, 신용점수, 401(k) 같은 실질 과제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핸드셰이크(Handshake)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졸업 예정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세대, 2020년 팬데믹 졸업생처럼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산업 구조를 흔들고, 채용은 멈췄으며, 초급 직무는 자동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자금 상환이 재개됐고, 카드빚은 늘고 있으며, 생필품 가격도 치솟는다. 대학은 진로 지도 강화뿐 아니라 졸업 이후 맞닥뜨릴 경제적 현실에 대한 준비도 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네트워킹과 면접 기술뿐 아니라, 교육과 현실을 연결하는 체험형 학습과 실용적인 재무 교육이 필요하다. 좋은 연봉을 받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현명하게 관리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며,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갤럽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Z세대와 그 부모들은 현재 가장 수요 높은 직종조차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부모의 40%는 직무 내용이나 임금 수준, 복리후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고, 자녀들의 인식 수준은 그보다 더 낮았다. 이처럼 직업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그로 인한 재정적 결과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진로 역량’과 ‘재정 역량’을 한 쌍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졸업 후 사회에 홀로 서는 순간 균형을 잃게 된다.

예컨대 인튜잇(Intuit)이 운영하는 ‘아워 오브 파이낸스(Hour of Finance)’는 현실 재정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몰입형 체험이다. 참가 학생은 특정 역할을 맡아 수입, 지출, 저축, 부채, 장기 목표 사이에서 선택과 균형을 고민하며 실제 같은 재무 의사결정을 해본다. 필자가 속한 비영리단체 Education at Work는 인튜잇의 파트너로 이 프로그램에 협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강의나 워크시트가 아니라, 졸업생이 곧 마주할 현실을 재현한 학습이다. 학생들은 예산을 짜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목표에 부합하는 재정 결정을 내리는 자신감을 키우게 된다.

대학들도 전공 과정이나 4학년 커리큘럼에 통합할 수 있는 단기 코스나 모듈 형태로 이와 유사한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튜잇 산하에서 Tax Specialist로 일하는 학생들은 실무 교육을 통해 세금신고를 돕고, 그 과정에서 세액공제와 세금환급의 차이를 체득하게 된다. 이들은 급여도 받고 이력서에 쓸 경험도 얻으며, 학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금의 졸업생들은 단순한 졸업장을 넘어 ‘명확성(clarity), 자신감(confidence), 역량(competence)’을 갖춰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돈에 관한 교육을 선택과목처럼 다뤄선 안 된다. 경제, 기술, 사회가 요동치는 시대, 학생들은 그 전부에 준비된 채 사회로 나가야 한다.

/ 글 Jane Swift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제인 스위프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전 주지사이자 교육 비영리단체 ‘에듀케이션 앳 워크(Education at Work)’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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