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법안 패키지 3종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20여 년간 금융권에 몸담아 오면서 자본시장의 취약 고리를 ‘진심으로’ 해소하고 싶은 김현정 의원이 적극 나선 덕분이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최근우

매 국회에서단골로 발의되는 '개근' 개정안들이 있다. 신설 및 수정 조항을 통해 제도 보완을 꾀하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그 선봉에 서 있다. 2002년 대법원 판례를 계기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제382조의3)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확대를 국회와 시민사회가 주장했지만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되기 일쑤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여야정 공감대가 큰 만큼, 상법 개정안은 그 시작"이라고 답했다. 기존의 개정안들과 달리 김 의원은 '충실의무'대신 '공정의무'를 강조하며 절충안을 고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BC카드 등 20여 년간의 금융권 노조활동을 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취약점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봐 왔다. 그래서일까.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정책 취지에 이례적으로 반색한 야당 의원이기도 하다. 지난 7월 발표한 민주당 차원에서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의 물밑 작업도 그의 몫이었다.
김 의원은 "현재 국가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과 금융이 7 대 3 비율로 자본시장 투자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 밸류업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무너진 신뢰도부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상법 개정안에 이어 자본시장 개정안과 금융위설치법 개정안까지 잇달아 힘쓴 이유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채권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내용의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발의도 예고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두 달 반 동안 28개의 법안 발의(8월 22일 기준)를 하자, 주변 동료 의원들로부터 "쉬엄쉬엄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회 정무위에서 가장 바쁜 그를 만났다.
![김 의원은 에볼루션 바카라들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선결과제로 꼽았다. [사진=최근우]](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440_33925_2344.png)
Q 상법 개정안에서 명시화한 이사의 '공정의무'의 구체적인 의미는.
잘 알다시피 상법 개정안을 두고 그동안 재계 반발이 극심했다. R&D 투자 등 신규 사업이 소수주주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할 경우 번번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둥 경제 단체들이 다양한 반대 이유를 내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개정 추진을 미룰 수는 없으니 재계 목소리를 반영해 절충안을 마련했다. 최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이 주주총회 의결권에서 빠지면 면책해 주겠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쉽게 말해 에볼루션 바카라 간 합병과 같은 중대한 의결 안건이 있을 때 오너 등 이해 관계자들은 배제한 채 온전히 주주들의 판단에 맡겨 의결하란 뜻이다. 그렇게 찬반 투표에 올렸는데도 경영진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다만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Q 그렇지만 에볼루션 바카라들은 일일이 소수주주를 설득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주장한다.
에볼루션 바카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것인데, 당연히 경영진 차원에서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에서 전자 주총을 확대해야 한다고 10년 넘게 주장했다. 하지만 에볼루션 바카라들은 전자 주총에 대해선 여전히 냉소적이다. 전자 주총이야말로 에볼루션 바카라이 얼마든지 단기간 내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정작 할 수 있는 노력은 하지 않고 '소액주주 표 얻기 어렵다'는 식으로 투정만 부리면 되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자본시장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Q 에볼루션 바카라 밸류업을 위한 선결 과제로 상법 개정안을 꼽는 것인가.
본질적으로는 에볼루션 바카라의 투명한 지배구조가 전제돼야 한단 뜻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사례를 이야기하지 않나. 일본의 경우 2014년부터 에볼루션 바카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을 키우려고 정부주도 하에 주주환원부터 정보 공개, 이사회 책임 등을 강화했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도 적극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간 도쿄거래소 상장 에볼루션 바카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주요 선진국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정책 기조가 일본처럼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으로 쏠리면서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Q 공정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이사의 의사결정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불신의 대상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불투명한 에볼루션 바카라 지배구조. 또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범죄 행위들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 3대 자본시장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철저하게 엄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처벌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
에볼루션 바카라들이 정부나 국회에 끊임없이 주장하는 게 규제 좀 풀어달라는 거다.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규제 완화할 건 하자는 게 개인적 생각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규제를 풀어줬을 때 이를 악용하는 범죄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받을 각오가 돼있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에볼루션 바카라들이 처벌은 또 과하다고 아우성이다.
자본시장 관리 감독에 대한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위법 행위 처벌 조항마저 솜방망이 수준인데 자본시장 밸류업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겠나.
Q 재계가 자유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자세가 개선되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언감생심이란 뜻인가.
그렇다. 관련해서 다른 예로 국내 사모펀드 역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액의 최대 30% 정도는 운용사가 투자하게끔 규정해 놓고 있다. 운용사의 신중한 투자를 담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장치들이 전무한 상황이다. 1.5% 안팎의 기본 운용 수수료에 더해 10~20%대 성공 수수료를 챙길 뿐이다. 이러한 투자 과정에서 운용사의 책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책임은 지지 않고 관리 감독 체계 역시 느슨하니, 투자자 입장에서 함부로 자본시장 투자에 들어갔다가 사기당할 것 같은 불신이 계속 팽배해지는 것 아니겠나. 실제로 많은 사기 행각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
![김 의원은 22대 국회 임기 내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다짐했다. 한국 금융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융감독위와 금융소비자위를 중심에볼루션 바카라 한 쌍봉형 시스템이 가장 적합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진=최근우]](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440_33926_2411.png)
김 의원은 "에볼루션 바카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퍼스트 스텝’이 상법 개정안이라면세컨드 스텝은 자본시장 개정안"이라고했다.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계열사 간 합병 시 합병가액 산정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인해 소수주주의 이익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두산그룹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둘러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비판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있었나. 하지만 1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Q 현행법상 상장사 간 합병가액 산정 기준이 '주가'로만 설정돼 있다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사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가를 최대 10% 이내 증감할 수 있게끔 돼 있다. 로보틱스의 주가를 10%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반대로 밥캣의 주가도 10%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단 말이다. 그럴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 비율이 밥캣 주식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에서 1 대 0.77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임의 규정이다 보니 두산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합병 가액이 주가로만 획일적으로 산정될 경우 에볼루션 바카라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밥캣은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을 넘겼고 로보틱스는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발생시켰는데, 당장 합병에 따른 직접적인 손해는 밥캣 주주들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주가뿐 아니라 에볼루션 바카라의 자산가치(1), 수익가치(1.5) 등 가중 평가해 합병 비율을 정하자는 거다.
Q 최근 금융감독원이 밥캣-로보틱스의 합병에 대해 이례적으로 적극 개입하는 걸 두고 업계 안팎의 평가가 나뉘는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이 사례에 대해서만 후보자에게 7분 질의를 온전히 썼다. 당시 후보자도 살펴보겠다고 즉답했고, 하루 이틀쯤 지나서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 정정을 공식 요청했더라.
당연히 금감원이 그렇게 했어야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에게도 잘한 점이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지주사 두산의 밥캣 지배력이 13.8%(간접 지분)→ 42%(간접 지분)로 늘어나면서 배당액이 1400억원→4000억원대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이슈와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금감원이 자본시장 밸류업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대가 있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Q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에볼루션 바카라의 자율 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데.
그런 주장이야말로 에볼루션 바카라이 앞장서서 자본시장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수주주의 피해는 나 몰라라 식이고 대주주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뜻 아닌가. 자본시장이라는 게 에볼루션 바카라의 사적 영역이 아니지 않나. 하나의 공적 시스템인데 그를 뒷받침하는 규율과 원칙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Q 하지만 당국 차원에서 두산의 분할합병을 실질적으로 제동 걸만한 장치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당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표심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봤을 땐 국민연금이 쉽게 찬성표를 던질 순 없을 거라 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최근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에서 패소하면서 1300억원을 엘리엇에게 배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번 두산 사례가 과거 삼성과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이 이러한 분위기를 완전히 간과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만약 9월 25일 주총이 열리기 전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사실상 두산의 분할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쌍봉형 금융감독체계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김 의원의 ‘마지막 퍼즐’이다. 금감원을 금융위로부터 독립시켜 건전성 감독기구(금융감독위)와 행위 규제 및 소비자 보호기구(금융소비자보호위) ‘투톱’으로 금융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설치법상 금융위가 금감원을 관리감독하며 예산을 통제하는 현행 구조에선 금감원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Q 2008년 개편된 금융감독체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왜 다시 바꿔야 하나.
지금의 금융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살펴보자. 2008년 이전까지 금융감독은 금융감독위가, 금융정책은 기재부 내 금융정책국이 주도해 왔다. 그러다가 2003년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 중심으로 론스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기재부 내의 금정국을 떼 내 지금의 금융위를 만든 것이다. 기존 금감위는 해체와 동시에 금감원으로 축소돼 금융위 소관이 된 것이고. 금융소비자보호처는 현재 금감원 내 부처로 자리 잡고 있다.
일련의 구조에서 알 수 있듯 금융소비자 영역이 일개 부처에 그치다 보니 보호 정책이 자꾸 실패한다. 자본시장 감독기구인 금감원도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하물며 소비자 보호 정책이 과연 정교할 수 있겠나. 금감원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쌍축을 이루고 금융위는 과거처럼 기재부 소관으로 들어가 금융정책을 맡게 하면 자본시장의 투명성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수 있을 거다.
Q 반복적인 금융감독 정책의 실패에 대해 조직 편제 탓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러나 자본시장 감독의 경우 정부 조직 편제로 인해 정책 공백이 생기면서 관리감독할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도 마찬가지다. 선불전자업체의 등록 요건과 정산 주기, 선불금(포인트) 관리 기준 등을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9월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더 빨리 통과될 수 있었던 개정안이었다. 2020년쯤 개정안 합의단계까지 갔는데 막판에 금융결제원 소관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가 영역 다툼을 보이면서 통과 시기가 늦춰진 것이다. 아마 전금법이 때맞춰 잘 통과가 됐다면 지금의 티메프 사태는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거다. 전형적인 정책 실패 1단계다.
Q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관리감독 강화만큼이나 규제 완화도 중요한 과제다.
핵심은 균형이다. 규제 강화든 완화든 한 가지만 할 경우 이를 악용하기가 너무 쉬운 게 자본시장과 금융 산업 구조다.
티메프 사태를 보면, 전자상거래업자가 금감원에 등록이 된 이후부터는 어떠한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업자가 금감원에 등록되면 두 가지 지위를 획득하면서 동시에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하나는 전자상거래업자, 다른 하나는 결제대행사(PG). 전자는 산업자본 영역이고 후자는 금융자본 영역이다.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 금융사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전자상거래업자에게도 준하여 적용돼야 하는데,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뒤섞이게 된 셈이고. 평소에는 자율규제를 외치다가 이제 와서 “규제 조항이 없어서 막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과연 감독기구의 적절한 답이라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