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가 이탈이 심화되는 가운데, 금리와 재정 우려 속에서도 조만간 숨통이 트일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753_42036_5323.jpg)
미국의 국가부채가 치솟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장기채 시장에 반가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장기채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11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자금 이탈이다. 최근 12개 분기 평균이 순유입 약 2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전체 28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에서 펀드 비중은 작지만, 이 같은 흐름은 투자자들이 장기채에 점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버딘자산운용의 미구엘 라란제이루 디렉터는 “이런 움직임은 대체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논의되는 규제 완화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은행 자산운용의 빌 머즈 리서치 책임자는 “단기적인 자금 흐름은 결국 단기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5월 말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1%를 돌파해 2007년 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과 직결되는 지표다.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및 지출 법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당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를 2조 8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5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3대 평가사 중 마지막 등급 강등 사례였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관세 수입과 세제 혜택만으로는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차대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 달간 장기물 수익률은 완만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며, 투자자들이 고금리에 대한 보상 필요성이 줄었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하지만 상무부가 발표한 5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서 물가가 다시 소폭 오르자 수익률은 다시 반등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주식시장도 잠시 흔들렸다.
현재 장기채를 주로 사들이는 주체는 보험사나 연금펀드처럼 장기 채무가 있는 투자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준이 대형 은행들의 국채 보유 부담을 낮춰주는 자본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들의 시장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자본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유동성 공급에 제약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팬데믹 시기에도 연준은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산정에서 국채를 한시적으로 제외한 바 있다.
아버딘의 라란제이루는 “외국 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수요 기반을 키우는 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세이지어드바이저리의 토머스 유라노 공동 CIO도 “정부가 발행량을 늘려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들이 국채 수요를 늘린다면, 다시금 안정적인 장기투자처로서의 국채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유라노는 “많은 투자자들이 바로 이 지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 글 Greg McKenn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