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ORTUNE 500 Korea | 이광형 KAIST 총장
이광형 총장은 저서바카라 무료 ‘불안정성은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KAIST와 한국의 불안정성바카라 무료 다음 10년을 찾고 있었다.
대전=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1985년 전산학과 교수에 임용됐다. 1세대 벤처기업가를 다수 배출하며 이들의 ‘대부’로 불린다.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괴짜’로도 통한다. 2021년 3월 총장에 취임했다.
“‘혼거’를 보면 가슴이 아려요.”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학교 연못에 사는 거위 한 마리에 이름을 붙였다. ‘혼자 사는 거위’라는 뜻의 혼거. 혼거는 열한 마리 거위 가족의 근처를 맴돈다. 이 총장은 “혼거에게서 나를 본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젊은 날엔 그런 성격 탓에 괴로워도 했던” 그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총장 이광형은 남다르다. 기업과 동문을 설득, 기부금 규모를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2021년 3월 취임한 이후 3년간 모금한 발전기금은 1972억원이었다. 그가 공언했던 ‘1일 1억원’ 목표를 훌쩍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대와 함께 미국 뉴욕에 조인트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금 잘되는 대학도 10년 뒤는 모른다”며 “외국바카라 무료 학생들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산학과 교수였던 그는 1세대 벤처기업의 산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NXC 대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1세대 벤처기업가 다수가 그의 밑바카라 무료 수학했다. 넥슨과 네오위즈, 아이디스 등 IT기업 다수가 그의 연구실바카라 무료 비롯됐다.
취임 3년 차를 지나는 이 총장의 시선은 학교 밖을 향한다. 기술 경쟁의 한복판에서 정부, 기업의 리더십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및 기업과 연대해 미국, 중국에 대항하는 ‘AI 삼분지계’가 단적이다.
그는 또 2024년 FORTUNE 500 Korea edition바카라 무료 ‘위태로운’ 1위에 오른 삼성전자에 대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늦었다”며 “그간의 1위에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량의 20%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의 인정을 좇던 청년 이광형은, 별안간 ‘나는 나의 별로 간다’고 결심한다. 나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그는 “비로소 인정이 뒤따라왔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KAIST의 10년도 그랬다.
Q 부임 이후 기부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비결을 “비전”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기부자들이 어떤 비전에 설득이 됐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대한민국이 바뀌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많은 분이 생각합니다. 많은 정부바카라 무료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바꿀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KAIST를 바꾸는 겁니다. KAIST가 바뀌면 다른 대학도 10년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바뀝니다. 그러면 결국 대한민국도 바뀝니다.
사실 서울대와 KAIST가 직무유기해 왔어요.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국가가 되고, 많은 분야바카라 무료 세계적인 플레이어를 배출했는데 대학만 예외입니다.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만 없어요. 이건 대학바카라 무료 잘못한 거죠. 이런 생각을 학내 구성원, 그리고 기부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Q 모든 리더십이 비전을 말합니다. 하지만 비전을 실현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비교적 방임형이에요. 비전을 세우고, 공유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는 일 외에는 제가 간섭하지 않아요. 뛰어난 보직자가 많으니까요. 총장은 NFT, 대체 불가능한 일(Task)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오히려 간섭하지 않으니까 기를 펴고 본인의 생각대로 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거쳐간 학생 중바카라 무료 벤처 창업을 한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AI 삼분지계
Q 우리 현실에 맞는 기술 전략을 여쭙고 싶습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서 빅테크와 경쟁하는 것, 그들의 모델을 갖고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것. 무엇이 우리의 길일까요?
자본과 시장을 고려하면 미국, 중국과 AGI 모델 갖고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뷰티, 헬스케어 같은 특정 산업바카라 무료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해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데이터 주권 목소리가 커질 겁니다.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에 있어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언어는 문제가 안 돼요. 자동 번역이 되니까요. 데이터 장벽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만으론 안 되고, 아시아 국가와 연합해야죠. 그래서 제가 AI 삼분지계를 말한 겁니다.
Q 라인 사태는 ‘삼분지계’의 어려움을 보여줬습니다. 각국이 AI 주권을 말하다 보면 연합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걸 라인 사태바카라 무료 봤습니다.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죠. (기존에는) 모든 데이터가 한국으로 간다는 점바카라 무료 공존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일본이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는 걸 알 테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공존 전략을 짜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요. 기회의 창이 많이 닫혔습니다. 머뭇거리다 보면 다들 스크럼을 짭니다. 그 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해요. 아직 동남아 지역에선 이런 움직임이 없는 걸로 압니다. 그런 나라에 가서 ‘이건 주권에 관한 문제다’라고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죠. 그리고 우리가 다 먹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 데이터 넘기라고 하면 안 돼요. 함께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Q “제품에는 사상이 담겨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 있습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그 설계자가 자기 방식대로 설계하지 않겠어요? 생각의 방식이죠.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은연 중에 설계자의 의도대로 따라가게 돼 있어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 우리 일상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Q ‘우리 제품’바카라 무료 우리의 범주의 넓힌다면, ‘아시아 빅테크’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만 눌러앉아 있으면 ‘(취업, 창업의) 남방 한계선’ 같은 이야기가 나와요. 눈을 크게 뜨면, 남방은 무슨 남방이에요. 남방은 필리핀이죠(웃음).
Q AI의 근간에는 전자기술이 있습니다. 특히 KAIST의 반도체 연구 수준은 글로벌 대학과 수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KAIST는 국제반도체회로학회(ISSCC) 게재 논문 수바카라 무료 매년 전 세계 주요 대학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채택된 평균 논문 수는 8.4편으로, 2위 MIT(4.6편)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동안 반도체 연구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교수님 50분을 모았습니다. 그 아래서 반도체 연구하는 학생들은 수백 명 되겠죠. KAIST가 연구를 잘하고, 더 잘할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고, 해외 대학과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기적이에요. 서울 소재 대학원도 미달이 나거든요.
Q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리더십을 점차 잃고 있는 듯합니다.
아쉽죠.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일 텐데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늦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드웨어만 생각하면 됐어요. 그런데 이제 반도체와 AI가 결합해서 AI반도체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가 동맹을 만드니까 갑자기 삼성의 자리가 없어졌어요. 아직도 엔비디아에 납품 못 하고 있죠.
잭 웰치(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의 성과 중심, 데이터 중심 경영이 효율적인데 부작용이 있어요. 매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하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는 소홀히 하는 거예요. D램, 플래시 메모리 만드는데 HBM연구개발팀은 왜 돈만 까먹고 있느냐? (이렇게 판단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올라오죠. 그런데 상황이 바뀌니까 적응이 늦는 겁니다.
제가 대입 재수를 했어요. 수학 공부할 때 기출 문제를 열심히 풀었죠. 과거 시험바카라 무료 자주 출제됐던 개념만 학습한 겁니다. 골고루 하지 않고요. 그래서 떨어졌어요(웃음).

Q KAIST 석좌교수이시기도 한 진대제 회장께선 현재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문제를 ‘의사결정의 위기’로 정의했습니다. 지금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 외에 다른 결정을 두려워 한단 겁니다.
역량의 20%는 미래를 위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미래 투자라는 건 돈 까먹는 일이에요.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그런 인식을 제일 높은 데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성과를 열심히 내라고만 하면 (실무바카라 무료는) 성과 안 나오는 부분은 다 잘라내려고 하죠. 사장들도 1, 2년마다 교체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알기로 이병철, 이건희 회장은 당장의 성과가 안 나도 기다렸어요.
Q 거함은 변침이 어렵습니다. 외부 충격이 필요할 것 같아요. KAIST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창업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특히 AI, 반도체 같은 (딥테크) 창업을 하면 대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국내에선 대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작은 기업에 협조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외국으로 나가면 됩니다. 저는 해외바카라 무료 창업하라고 해요. 한국바카라 무료 창업했어도 미국바카라 무료 비즈니스하라고 해요. 한국에만 있으면 대기업들도 집토끼라고 생각해서 홀대해요. TSMC, 인텔 같은 회사와 협업하는 거예요.
지난 4월 KAIST는 네이버, 인텔과 함께 ‘NAVER· intel·KAIST AI 공동연구센터(NIK AI Research Center)’ 설립과 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와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인 KAIST 교수 20여명과 100여 명의 석박사 대학원생들이 참여한다. 김정호 KAIST 교수(전기전자공학부)와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가 공동 센터장을 맡는다.
매년 30억원씩 3년간 지원받으며, 인텔의 AI 학습 및 추론용 칩인 ‘가우디(GAUDI)’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30개 규모의 산학 연구과제 15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인텔 측바카라 무료 먼저 공동 연구를 요청해 와 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AIST도 10년 뒤 모른다”
Q 지방에선 글로벌 진출이 더 어렵다고 말합니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투자 유치도, 직원 채용도 어렵고요.
글로벌 플레이를 하는데 서울이냐 대전이냐, 혹은 부산이냐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우물 안바카라 무료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인식바카라 무료 벗어나야 해요. 왜 그런 걸 따집니까?
기업이 그렇듯, 대학도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인구도 줄고, 정부 재정도 줄어요. 그러면 대학도 쪼그라듭니다. 가만히 있으면 쪼그라들다가 죽는 겁니다. KAIST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온다고 좋아하는데, 10년 뒤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응해야 해요. 외국으로 나가는 겁니다. 외국바카라 무료 학생 가르치고, 연구비 벌어들이고, 창업해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 거예요.
Q AI 시대 로봇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휴보팀 창업(레인보우로보틱스) 이후 학내 로봇 연구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듯한데.
지금도 활발하게, 잘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오준호 석좌교수(기계공학과, 레인보우로보틱스 CTO)께서 홀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셔서 주목을 많이 받으셨죠. 지금은 4족 보행 로봇 개발하고 계신 박해원 교수(기계공학과, 4족 보행 로봇 ‘하운드’가 지난해 100m 달리기바카라 무료 기네스 세계 기록을 냈다), CES 자율주행 레이싱바카라 무료 순위권에 든 심현철 교수(전지및전자공학부),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공경철 교수(기계공학과, 엔젤로보틱스 대표), 무인선박을 개발한 김진환 교수(기계공학과) 등 좋은 연구팀이 많습니다. 오준호 교수께서 씨를 뿌린 것이 지금 성과를 내고 있어요.
Q 저서 《미래의 기원》바카라 무료 ‘모든 에너지는 불안정성바카라 무료 나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심리학바카라 무료 말하는 ‘결핍 동기’를 물리학의 언어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총장님을 만든 에너지는 어떤 불안정성, 혹은 결핍바카라 무료 비롯되었을까요?
(※“전자는 가볍고 작으며, 원자의 외곽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동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물질 속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못하고 전기적 불안정성을 만들어낸다. 불안정한 것은 다시 안정화되려고 노력한다. 불안정바카라 무료 안정으로 가려는 그 경향성이 바로 에너지의 원천이다.”, 《미래의 기원》, 7쪽)
인생의 많은 시간을 결핍 속바카라 무료 살았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를 고민하던 것이 에너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비전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의 결핍도 있었죠. 이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것이 KAIST를 바꾸려 했던 에너지였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