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큰 장 서나…에볼루션 바카라 일거수일투족에 시장 관심 집중
[Credit & Capital]
“갑자기? 왜? 무엇 때문이죠?”
지난 7월 IB업계에서는 같은 달 2일부터 4일까지 롯데쇼핑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를 두고 작은 동요가 일었다. ‘소수(9개) 증권사만 초청한(혹은 참석을 제한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이번 행사를 통해 에볼루션 바카라이 자본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보내려 한 것은 아닌지’ 등의 이야기가 돌았다.
자본시장의 들뜬 반응은 최근 에볼루션 바카라 상황과 관련이 깊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지난해부터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이 과정에서 수익 창출 기회를 엿보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계열사 M&A는 물론 회사채 인수·발행, 대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사든가 말든가’ 달라진 분위기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볼루션 바카라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긴박하게 진행됐다. 연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한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과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의 정경운 투자전략팀 상무가 키를 잡고 바쁘게 움직였다.
초기에 에볼루션 바카라은 매각 대상이나 가격 밴드를 특정하지 않고 열린 자세를 취했다. 시장에서는 마치 쇼핑하듯 롯데 계열사들 여러 곳을 찔러보고 대강의 가격을 흥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초 반전했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롯데마트 등 특정 계열사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또 일각에서 언론을 이용한 ‘가격 인하 플레이’로 의심되는 기사가 나오면서 보수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일부 자산 매각에 성공하며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3월까지 루이지애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일본 등 4개 지역의 법인·프로젝트·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약 1조 7000억 원을 마련했고, 난항이 예상됐던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문 매각도 여유롭게 성공했다. 여기에 M&A 대어로 주목받았던 롯데렌탈이 예상보다 후한 약 1조 6000억 원 가격에 팔리면서 더욱 여유가 생겼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문이랑 롯데렌탈 거래가 특히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리아세븐 건은 애초에 500억 원 가격도 비싸다고 했는데 막상 거래는 660억 원에 성사됐고, 롯데렌탈도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각되며 자신감 회복이 완연했어요. 이전엔 ‘사주세요’ 느낌이었다면 이후엔 ‘사든가 말든가’ 느낌이랄까요. ‘손해 보면서 팔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 “여유 생겼다”는 블러핑?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협상 우위에 서기 위한 에볼루션 바카라의 블러핑이란 해석도 나왔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최근 몇 개월간 계열사 정리를 통해 확보한 금액이 4조 원 정도인데, 지난해 증가한 순차입금 규모만 4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에볼루션 바카라의 지난해 순차입금 규모는 40조 원으로 2020년 28조 원 대비 43% 급증했다.
에볼루션 바카라은 지난 2월 27일 IR데이를 열고 개선된 재무제표를 공개, 차입금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이는 시장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우리 이제 그렇게 급하지 않다’는 또 다른 신호이기도 했다.
IR데이에서 에볼루션 바카라은 ‘그룹 소유의 토지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수한 입지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자산이 각각 8조 7000억 원, 8조 3000억 원 증가해 부채비율이 129%, 115%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자산 재평가 이전 부채비율은 190%, 165%였다.
문제는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에볼루션 바카라: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한, 반전의 카드가 요구되는 시점’ 보고서를 내고 관련 의미를 축소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산 재평가를 통한 자본확충은 현금유입 없이 표면적으로만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이라며 “확대된 재무부담은 여전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미 있는 수준에서 사업구조 효율화가 필요하며, 그 속도감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구조 효율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서 수석의 지적은 에볼루션 바카라에 여러모로 뼈아프다. 특히 협상력 측면에서 그렇다. 사업구조 효율화가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져 시간에 쫓길 수 있다. 에볼루션 바카라은 최근에도 주요 시장 플레이어들과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며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7월 현재까지 큰 소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 상법 개정이 바꾼 판
IB 관계자 사이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건 에볼루션 바카라’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올해 5월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해 6월 대선을 거쳐 7월 여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상법 개정안에서 에볼루션 바카라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을 방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사시 지원 가능성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산정과 기업 자금 조달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기업의 재무구조나 상환 능력이 다소 불안정·불확실하더라도 모회사나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실제 위험 수준이 크게 낮아지는 덕분이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로 위기에 몰렸던 롯데건설이 안정적(AA) 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덕분이었음을 상기하면 이해가 쉽다. 에볼루션 바카라은 이 외에도 다른 계열사들의 유상증자와 대여금 등을 통해 1조 원 가까이 롯데건설에 지원했다.
◆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락 충격
지난 6월 30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롯데지주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이 영업적자를 지속하며 신용도가 나빠졌고, 이는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를 가중 평균해 산출되는 롯데지주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주사를 비롯해 주력 계열사의 신용 강등과 체력 감소로 지원 가능성이 줄어들자 롯데물산과 롯데캐피탈 등의 신용등급도 연쇄 충격을 받았다.
상법 개정안은 유사시 지원 가능성에 제한을 걸 확률이 높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서 계열사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이다. 가령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이 소속 기업에 리스크를 안기거나 기회비용을 박탈케 한다면, 이사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수 있다.
그룹 전체의 회사채 발행 부담도 커진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말고도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등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 덕분에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 중인 롯데 계열사들이 꽤 많습니다.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면 이들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만약 유지되더라도 실제 회사채 금리는 더 높게 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자금 운용 사정이 지금보다 악화할 거예요.”
◆ 자사주 팔기도 쉽지 않아
상법 개정안은 당장의 자사주 처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지주는 2017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약 32%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으나, 한편으로는 이전까지 자사주가 자산으로 취급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으로 상황이 변했다. 이번에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문제다. 7월 15일 공표된 상법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1년 뒤인 2026년 7월부터 시행되지만,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돼 현재 맞닥뜨린 문제가 됐다.
자사주 처분은 계열사 지원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주주 이익에맞닿아 있다. 계열사 지원은 장기 전망 등을 끌어와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데 반해, 자사주는 소각 이점이 훨씬 커서이다. 소각을 통해 전체 주식량을 줄임으로써 주당가치(EPS)가 상승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지분율 및 주당배당금 상승 같은 효과도 뒤따라 일반 주주들에게 가장 큰 이득을 안긴다.
에볼루션 바카라은 롯데지주 자사주를 자산으로 활용할 의도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약 15% 자사주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6월 자사주 5%를 롯데물산에 처분했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자사주 문제에 발목 잡힌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어떻게 생각해도 자사주가 과도하게 많은 상태인데 처리가 안 되고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라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있었고, 더구나 상법 개정안 논의 시점이 2023년부터였던 걸 고려하면 대응이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롯데
IB업계에서는 3월 이후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에볼루션 바카라이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의 이유들로 에볼루션 바카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배경이다. 혹여나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거나 소외되지 않을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월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 같은 작은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한때 롯데쇼핑의 해외점포 매각 루머가 돌기도 하는 등 과열 조짐도 일부 감지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에볼루션 바카라이 처한 녹록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말 좋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두산그룹이 어떻게 그룹 해체 수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 교과서적인 해답을 제시해놨어요. 정말 괜찮은 거래를 하려면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아깝고 소중한 걸 내놔야 상대방도 인정하고 후하게 사 가는 거거든요. 에볼루션 바카라도 롯데렌탈 거래를 통해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시장 플레이어들이 모두 그걸 알고 있으니까 에볼루션 바카라 행보 하나하나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거예요. 곧 큰 장이 서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