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벗고, 공장으로” 바카라 게임 CEO의 현장 경영 철학

바카라 게임 CEO 피트 루지에로는 “현장을 배우려면 넥타이를 벗어라”는 조언을 바탕으로 불편한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2025-07-21Irina Ivanova & 김다린 기자
미술 용품 제조 회사 바카라 게임.[사진=셔터스톡]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창의적 기업 중 하나인 미술 용품 제조 회사 바카라 게임(Crayola). 하지만 이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의외로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피트 루지에로(Pete Ruggiero) CEO는 철저한 숫자 중심형 리더다.

그는 최근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핵심은 ‘모르는 척하고 많이 물어보기’, 그리고 ‘불편한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였다.

루지에로는 1997년 바카라 게임에 입사한 뒤 27년 만인 2024년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필라델피아 근교 빌라노바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미식축구 선수이기도 했다. 졸업 후 딜로이트에서 6년, 유니언 퍼시픽 철도회사에서 1년 반을 근무했으며, 원래 바카라 게임에 들어갈 계획은 없었다.

당시 유니언 퍼시픽이 이주를 결정하면서 가족과 함께 이사하길 꺼린 그는 지역 병원에서 고위직에 있던 아내와 어린 딸을 위해 펜실베이니아에 남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바카라 게임 생활은 회계부서 직원으로서였다. “나는 외부보고를 맡던 SEC 회계사였고, 제조원가 회계 매니저로 들어갔어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당시 내가 가진 제조원가 지식은 대학에서 들은 3학점짜리 수업이 전부였어요.”

그에게 방향을 제시한 건 한 멘토의 조언이었다. “넥타이를 벗고, 공장 바닥으로 가서 직원들 이름부터 외워라.”

입사 첫 해 동안 그는 매일 4시간씩 공장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과 대화하며 불편 사항을 듣고, 생산 효율성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했다.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배웠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뭔지를 고민했죠.”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 공정 개선은 물론, 쉽게 떨어지던 크레용 라벨 문제까지 해결했다.

그의 실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이후 그는 회사의 유럽 사업을 이끌게 됐고, 가족과 함께 3년간 영국 베드퍼드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운영 및 재무 부서를 두루 거쳤고, 이 모든 경험이 CEO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루지에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회사에서 정말 다양한 직무를 맡았고, 사람들을 진정성 있게, 깊이 있게 경험해왔어요.”

그는 자신이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스펀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는 태도를 꼽는다. 자신감이 없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말이 안 되는 기회라도 전부 ‘예스’라고 답했어요. 그게 저를 만든 방식입니다.”

그는 20대 초반의 자신에게, 그리고 오늘날 젊은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불편한 기회를 피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최대한 배워야 합니다.”

/ 글 Irina Ivanov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